글제목 : 사회대전충청 화력발전 밀집한 충남, '탈석탄'을 위한 5가지 전략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감시센터 작성일 21-04-20 14:34본문
충청남도의 탈석탄 에너지전환 정책
충청남도 내 석탄화력발전소는 1983년 보령화력 1·2호기 준공을 시작으로, 1984년 서천화력 1·2호기, 1995년 태안화력 1·2호기, 1999년 당진화력 1·2호기 등 시간적 차이를 두고 4개 시·군에 건설되기 시작했으며, 2020년 보령화력 1·2호기 폐쇄 전까지 보령시, 태안군, 당진시에는 각각 1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됐다. 서천군에는 2017년 서천화력 1·2호기가 폐쇄됐으나 2021년에 신서천 1호기가 새로 준공된다.
2015년 한국중부발전과 한국서부발전은 본사를 지역(보령시, 태안군)으로 이전하면서 발전소 입지 지역을 '석탄발전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안했다. 한국중부발전과 한국서부발전의 본사 이전은 2005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18조에 근거해 수립된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에 혁신도시 이외의 지역으로 개별 이전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다른 혁신도시들과 달리 혁신도시로 지정되지 않고 개별기관(한국중부, 서부발전)만 이전해 기반시설, 정주여건, 혁신클러스터 조성 등은 미약했다. 다른 산업 기반이 부족했던 시·군은 발전공기업 본사 이전을 계기로 석탄화력발전소에 기반한 에너지산업을 육성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충청남도가 석탄화력발전소 설비용량 및 발전량을 줄여야 한다는 탈석탄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가 중심이 된 지역경제를 육성하겠다는 구상은 더 이상 논의되지 않는다. 정부와 충청남도의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전환, 그린뉴딜 등의 정책에 맞춘 새로운 지역경제 구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7년 이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충청남도의 탈석탄 정책 요구가 맞물려 돌아갔다. 충청남도는 2017년 '충청남도 에너지전환 비전'을 수립하고 2018년 3월 205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하는 비전을 선언했다. 정부는 2019년 에너지전환 정책(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과감한 폐쇄를 약속했다.
충청남도, 충남도의회, 시민사회는 2019년 초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성능개선과 수명연장계획을 취소시켰다. 2022년 5월 폐쇄 예정이던 보령화력 1·2호기를 2020년 12월 앞당겨 폐쇄하는 결정을 이끌어내고, 온실가스 목표 달성을 위해 가동 25년이 지난 석탄발전소를 우선적으로 폐쇄해야 한다는 점을 제안했다. 정부는 2020년 12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가동 30년이 지난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석탄발전량을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충청남도는 2020년 12월 보령화력 1·2호기 폐쇄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고용유지 협약, 지방세 및 주변지역 지원금 감소분 지원, 신규 사업 유치 지원 등을 제시했다. 동시에 보령화력 1·2호기뿐만 아니라 충청남도 전체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단계적으로 폐쇄된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의 정의로운 전환 제도화를 건의하고 충남도 및 시군 차원의 중·장기적인 준비를 진행하기로 했다.
2021년 2월에는 '충청남도 정의로운 전환 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2025년까지 1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시군별 정의로운 전환 계획 수립, 지역영향 분석, 사회적 대화 진행, 고용승계·재취업훈련·전업지원금 등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및 주민복지 지원, 발전소 부지 복원 및 재생 프로그램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충청남도 정의로운 전환 전략 제안
한편, 충청남도는 2020년 1월 정의로운 전환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충남의 정의로운 전환 전략과 과제를 도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충청남도 내 발전공기업, 노동자, 시민단체, 주변지역 주민, 행정, 시·군의회 등을 인터뷰하고, 독일, 캐나다, 미국, 영국 등 해외의 정의로운 전환 사례와 국내 폐광지역과 원전지역의 사례를 검토했다.
연구진은 2021년 1월 최종보고를 통해 충청남도의 정의로운 전환 전략을 산업다양화 전략, 노동자 지원 전략, 지역사회 지원 전략, 복원·재생 전략, 추진기반 조성 전략의 다섯 가지로 제시했다.
먼저, 산업다양화 전략이다. 충청남도 석탄발전소 입지 지역은 해상풍력, LNG냉열활용, 수소생산 및 수소발전, 그린리모델링 등의 새로운 에너지 산업 육성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러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반시설 구축, 공공기관・연구기관 유치, 특별지역 지정 등이 필요하다. 에너지 산업 외에 서해안 지역의 특성을 살린 해양산업, 환경산업(대기관리, 물관리, 자원순환 등), 관광, 농업 등 그린뉴딜 분야의 지역 미래산업 육성도 요구된다.
또한 산업전환의 혜택 및 이익을 지역사회가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문제 해결에 보다 책임감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지역공기업이나 지역공단의 설립・운영도 장기적인 사업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노동자 지원 전략이다.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이 산업다양화 전략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일자리로 이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전직 및 창업 수요에 맞춘 교육 및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산업다양화 전략이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산업육성과 일자리 창출 사이에 공간적·시간적 불일치(mismatch)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정부 정책 개입이 요구된다. 고용위기 관련 특별지역 지정 및 국가공모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역사회 지원 전략이다. 점진적으로 축소될 주변지역 지원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장기적으로 주변지역 지원비 없이 지역의 활력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고 실천할 수 있는 마을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
시군 단위에서 지역활성화 관련 사업들(마을만들기, 도시재생, 상권활성화, 사회적경제)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가칭)지역활성화재단을 설립하고, 충청남도 단위에서는 발전부문을 비롯해 탈탄소사회 이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산업전환과 지역전환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를 진행할 지역전환 연구센터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전환 및 지역전환의 성과를 지역사회에서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관리기업 육성 들이 필요하다.
넷째, 복원 및 재생 전략이다. 석탄발전소의 경우 이미 환경관리에 대한 강화된 정책이 수립돼 있으나 주민들의 참여와 대책 마련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또한 원전과 달리 석탄발전소는 발전소 폐쇄 후 부지 및 시설 관리 방안에 대한 규정은 없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서울의 당인리발전소 부지, 서천군의 서천화력 폐부지 복원처럼 발전소 폐부지 및 폐설비를 복원하고 재생하는 시범사업을 발전단지 완전 폐쇄 전에라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석탄발전소 및 주변지역을 에코뮤지엄 및 산업유산으로 지정·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되, 발전소가 본격적으로 폐쇄되기 전부터 관련 자료를 발굴하고 기록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면서 지역의 미래상과 정체성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다섯째, 기반 조성 전략이다. 정의로운 전환 정책 전반을 지원하는 조례 제정,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 설치와 전담조직 구성 또는 위탁, 정의로운 전환 기금 조성을 넘어 지역녹색금융 활성화 추진, 충남도민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정의로운 전환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정의로운 전환 사업들의 추진 현황과 성과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하다.
또한 충청남도의 정의로운 전환 전략은 서해안 지역 시·군의 특성을 반영한 그린뉴딜 전략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과 다양한 전략을 감안한 시·군 및 발전공기업의 그린뉴딜 계획으로서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 충남의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발전소가 추가로 폐쇄되는 시점에서 다섯 가지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는지 등에 대해 충남도 및 시·군 지휘부가 참여하는 정기적인 점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정의로운 전환 정책 제도화를 위한 후속 작업
충청남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다섯 가지 전략 제안은 시·군, 발전공기업, 노조, 시민단체, 주변지역 주민 등과 공유된 상황은 아니다. 기반 조성 전략에서 제안하고 있듯이 시·군별, 주체별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구상과 전략을 마련하는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충청남도 행정에서도 에너지, 환경, 경제, 복지, 문화, 공동체 등 다양한 부서와 기관들이 정의로운 전환을 주요 과제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충청남도와 시·군 차원의 정의로운 전환 노력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정의로운 전환 제도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정부는 산업·고용·환경·문화 부문의 정부 사업을 개별적으로 유치하는 방식에 매달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조성, 산업위기특별대책지역 지정, 규제자유특구 지정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개별적인 사업들은 사업별 목표나 방식이 정의로운 전환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영향 받는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맞춤형 사업이 되기 못할 가능성이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노동자, 지방정부, 기업 등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및 논의 과정을 통해 정의로운 전환을 제도화하고, 지역별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바탕으로 지역 주도의 종합적인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정의로운 전환 총괄부서 지정,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 구성, 지원조직 설립 등을 통한 계획 수립·집행·평가·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입지한 충청남도, 인천광역시, 전라남도, 경상남도, 강원도 등의 지방정부가 탈석탄 에너지전환 정책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의 논의틀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필요하다. 정부의 석탄발전산업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 정책은 충청남도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들을 포괄하여 구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석탄지역전환플랫폼(Platform for Coal Regions in Transition)이나 이를 확대 개편한 정의로운전환플랫폼(Just Transition Platform)처럼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정책 개선을 위한 논의(컨퍼런스, 워크숍 등)를 진행하고, 정의로운 전환 계획 수립과 시범사업 추진 등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필요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빠른 대응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노력이 비단 발전부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과 모든 지역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면, 정의로운 전환은 석탄지역 내 누군가의 과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과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정의로운 전환인가.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권리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